아파트 베란다에서 부추 재배 그리고 엄마의 다육이들
여태 계속 다육이들만 키우시더니 작년부터는 아파트 화단에다 다투라, 엔젤트럼펫, 수국 등을 심어 키우셨습니다. 그리고 가을부터 올 봄에 걸쳐 계속 다음카페에서 수도없이 많은 꽃씨들을 천원, 이천원 송금하면서 모으시더군요. 그 천원, 이천원 보내려고 일흔 넘으신 노모는 내가 퇴근해 오기만을 기다렸다가 얼른 돈 좀 보내주라고…다른 사람이 먼저 돈 보내면 자기가 못 받는다고 걱정을 하셨습니다.
다 큰 딸래미 잔다고 못 보내고, 집에 없어서 못 보내고…귀찮아할까봐 차마 말 못해서 못 보내고 계속 그러셨나봅니다. 그래서 카카오페이 사용법을 알려드렸습니다. 몇번 시행착오를 거치긴 했지만 이제 딸래미 눈치 안보고 바로바로 사고 싶은 거 사고 계십니다. 카카오페이 잔액은 항상 두둑하게 챙겨놓고 계시기도 하구요.
하여튼 그렇게 해서 많은 씨앗을 4월에 화분에 다 뿌리셨습니다. 오래된 아파트이긴 하지만 화단에 채소를 심는 건 보기 흉하다고 못하게 하지만 우리 어머니만 예외입니다. 왜냐구요? 채소가 아니라 화초를 심어서랍니다. 온갖 꽃들을 피울 씨앗을 화단에 직접 뿌리기에는 흙도 그렇고 해서 화분에다가 다 뿌리고 모종내려 또 다른 화분에 옮겨 곳곳에 놓아두시려 합니다. 경비아저씨 심심하면 따 드시라고 방울토마토 다섯갠가 심었다고는 하시네요.
어떻게 손에 들어왔는진 모르지만 부추씨앗과 상추씨앗이 있어 그것들도 화분에 같이 심었습니다. 그런데 예상외로 이 친구들이 쑥쑥 잘도 크네요. 오늘 그렇게 아파트 베란다에서 키운 부추 커팅식이 있었습니다. 아직 아기아기한 느낌인데 어머니가 오늘 비도 올뚱말뚱하니 그러니 오징어 넣고 부추전 해 먹자 하시더라구요.
이렇게 계절마다 화분 들고 나르고, 비오는 날 비닐 씌워줘야하고, 해도 보여줘야 하고 바람도 쐬게 해야하는 이 일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겠지만 꽤 힘이 많이 듭니다. 이것을 칠순노모는 해마다 꼬박꼬박 하고 계십니다. 시간 남으면 다음카페 여기저기 꽃사진도 구경하고 키우는 법 검색하고, 다육이들 야생화들 이름 외우고…
엄마한테 손바닥만한 마당이라도 있는 단독주택 못 사드리는 불효녀는 죄송한 마음 가득 담아 아파트 베란다에서 자란 부추로 한 오징어부추전을 맛있게 먹었습니다.